20138월과 10, 자율형사립고등학교(이하 자사고) 신입생 선발 방법을 놓고 크게 요동친 교육부 정책을 보며, 자사고에 대해 밖에서 갖는 착각안에서 갖는 착각이란 주제로 자사고에 대한 쟁점을 정리해보겠다.

 

귀족학교 논란’, 일반고 대비 3배의 수업료를 갖고 자사고는 귀족학교라고 지칭되고 있다. 연간 430여만 원이 분명 적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이 3배의 수업료를 받으면서도 교사 월급을 다른 학교에 비해 단 10원도 더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립이나 국가로부터 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다른 사립학교의 교육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립이건 사립이건, 학부모가 납부하는 수업료만으로는 인건비 충당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부모로부터 수업료를 더 받지 않고, 국민의 세금에서 인건비 부족분과 각종 학교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즉 공립이건 사립이건 자사고를 제외한 학교는, 자사고 학부모가 추가로 부담하는 만큼의 금액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 1인당 430여만 원의 등록금 액수 만으로 귀족학교로 칭한다면, 대한민국의 공립이나 사립학교 모두 그만큼의 교육비는 들고 있는 셈이니 모두 귀족학교인 셈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사고는 수업료 부족분을 학부모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공, 사립은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것뿐이다. 그동안 귀족학교 논란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마치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은 일반고보다 풍족한 교육환경을 누리고, 더 많은 교육비가 투입되는 것처럼 말하며 자사고를 호도해왔으나, 사실은 자사고이건, 다른 학교이건, 똑같은 교육비를 들이며, 다만 누가 부담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우수 학생 선점으로 인한 일반고 면학 분위기 저해 논란’, 자사고 전환 후 첫 입학생이 전국연합학력평가나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를 때마다 일반고 때에 비해 성적이 높지 않아 늘 가슴 졸였던 기억이 난다. 일반고에선 자사고가 우수 학생을 뽑아갔다고 원성인데, 그 우수 학생은 다 어디로 갔기에 우리 학교는 이럴까하고 말이다. 3년이 지나고 첫 입학생의 대학 진학 성과를 놓고 주변에선 한가람이 망했다.’, ‘다시 일반고로 돌아가려 한다.’는 말마저 나돌았다. 이 모든 오해의 원인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학교 내신 성적과 대학 입학 결과가 결코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학교 내신성적은 전 과목이 같은 비중으로 반영될 뿐 아니라, 중학교 간의 학력차가 무시된 채, 오직 석차백분율 만으로 따진다. 그러나 대학입시는 여전히 영수 등 주요과목의 비중이 압도적이며, 철저하게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을 가려낸다. 또 고등학교 간의 학력차를 감안해서 내신성적 반영은 최소화하고 있다. 일반고였을 때도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권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 후 영수 중심의 성적을 산출해보면 중하위권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실 선발효과를 철저하게 누리는 영재고, 과고, 외고, 전국 단위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성적의 특성을 잘 알기에 학업능력을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해서 우수 학생을 뽑아낸다. 그런 선발 장치 없이 단지 중학교 내신 상위 50%로 자격을 제한하고 추첨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자사고를 향해 우수학생 선점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제 자사고 전환 이후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보면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의 일반고 수준에 유사하다. 그 당시에는 일반고로 진학하기 힘든 중학교 내신성적 하위권 학생들은 실업계고등학교로 진학했던 시기이다. 실업계고등학교는 현재 특성화고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이들 학교의 합격선이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20%~60%대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합격선이 높아 특성화고등학교에 불합격하거나, 지원할 엄두를 내지 못한 학생들이 대거 일반고로 진학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일반고는 과거처럼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 공부 위주의 프로그램만 제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럴진대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 여건이 정말 나아질까오히려 과도하게 많은 일반고 수를 줄이고, 사회 변화에 걸맞는 다양한 특성화고등학교를 많이 만드는 것이 그나마 자사고에 시비를 거는 것보다 합리적으로 보인다. 더 근본적으로는 초-중-고교로 이어지는 현재의 학제나 일반고-특목고-특성화고의 고교 체제가 최근 사회 흐름의 변화나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데 그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큰 틀의 변화없이 일반고와 자사고의 대립 구도로 몰아가는 것은 다분히 선정적일 뿐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삼았으면 싶다.

 

명문학교에 다니는 명문학생이 되었다는 착각’, 한가람 재학생이나,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에게 이 말을 하는 것이 두렵다. 하지만 착각을 깨는 목적이 자기 비하나 파괴가 아닌, 발전을 위한 것이기에 기꺼이 비난을 감수하고자 한다. 스스로 명문고를 다니는 명문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수월성 교육에 대해 이미 동의한 것이라 전제하고 말하겠다. 전국의 영재고와 과고 학생 수를 합치면 의대 정원은 차고 넘친다. 여기에 민사고나 하나고, 상산고처럼 전국 단위의 자사고와 국제고, 외고 정원을 합치면, ‘SKY, 서상한을 채우고도 남는다. 서울만 해도 24개 자사고 중 강남의 일반고 수준에 못 미치는 학교가 허다하다. 이 정도가 현재 자사고의 위치이다. 그 끝자락을 잡고 만족하고 있다면 이 얼마나 허망한 명문인가 말이다. 한가람의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서 항상 긴장하고 조심스러워 진다. 기대치는 서울대를 들어가고도 남는데, 현실은 ‘in 서울하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처음 자사고로 전환하면서 외고 수준쯤은 가볍게 뛰어넘는 학교를 구상했다. 학점제, 수시고사, 전과목 집중이수제, 3학년 1학기까지(5학기 만에) 고등학교 과정 종료 등등.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과 타협해야만 했다. 오히려 자사고 입학생들을 보며, 교육 본연의 목표 추구를 떠올리게 되었다. ‘다양한 학생들에게 맞는 다양한 교육 목표 설정 말이다.’ 굽은 나무는 굽은 대로, 쭉 뻗은 나무는 또 그대로 크게 하는 것이 건강한 숲을 만드는 길일 것이다. 새삼 선택형(개인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탁월한 선택이었고, 활발하게 참여하는 수업이 가장 효과적인 성적 향상 방법이며, 작은 학교이기에 만들어지는 공감과 소통의 공동체는 학생들에게 즐거웠던 학창 생활을 만들어준다는 점을 깨달았다. 여기에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의 모습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접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분명 세상과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만들어 줄 것이기에 개교 때부터 전통으로 가져온 수업만족도 조사로 단련된 선생님들의 모습에 큰 신뢰를 보낸다. 비록 우리 사회의 견고한 서열의 틀 속에 갇힌 3년의 학교생활이지만, 학업의 즐거움, 가슴 속에 담아둔 말까지 건넬 수 있는 친구, 친절한 선생님과의 상담 등이 서열이 중심이 아닐 세상에 대한 희망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어릴 때부터 왜 하필이면 나만하며 고민한 적이 많았다. 가령 왜 유럽이나 미국이 아닌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냉전의 마지막 당사국인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났을까 궁금했다. 그 덕에 역사 공부에 많은 시간을 썼다. 또 재벌 2세가 아닌 농민 해체로 도시 외곽으로 흘러들어온 가난한 자영업자의 아들로 컸다는 점도 그러했다. ‘출생의 비밀에 빠지기보다 경제학과 문학에 심취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교직이 아닌 대기업으로 나가는 졸업생이 많아서 정체성 논란에 쌓였던 사범대에 다닌 것도 그러했다. 4년 내내 교육 관련 도서를 찾아 읽었다. 그리고 지금은 논란의 중심인 자사고 교장을 하고 있다. 삶의 매 순간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갈등의 전선(戰線) 어딘가에 서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물론 그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내 생각의 무딘 부분을 갈아낼 수 있고,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삶을 이어나가게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여러분이 한가람에 입학하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결코 (대학가기 또는 출세하기) 쉬운 길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갈등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칼날의 끝에 서있는 것이다. 긴장하라! 그리고 결코 아무에게나 주어진 예사로운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