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그토록 오고 싶어 했던 한가람의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기억납니까?

이곳에서 자신의 접수번호가 호명될 때 느꼈을 환호와 면접장에서 떨면서 질문에 답했던 긴장이 말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 또래 중 이러한 경험을 해본 행운아들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3년간의 고등학교 생활도 남다른 행운이 계속 따를 것임을 확신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고등학교 생활 동안 새겨야할 세 가지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첫째는 용기에 대한 것입니다.

 

몸은 청춘인데, 마음은 걱정 근심에 가득 찬 노인인 학생이 있습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을 80세로 보고 인생을 하루 24시간으로 쳐서 자정인 0시에 태어났다면 16세인 여러분은 불과 새벽 450분 언저리의 시간에 살고 있습니다.

 

아직 일출도 못 봤고, 한 낮의 따뜻한 햇살을 느껴보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밤 10시를 사는 사람처럼 사고하고 행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좋아하는 하는 과목만 공부하고, 어려운 과목은 자꾸 피하는 모습,

자신에게 좋은 말 해주는 친구만 사귀고, 쓴 소리 하는 사람은 피하는 모습,

이미 오후 4~5시에 접어든 기성세대 세상에서나 통하던 안정된 직업만 찾으려는 모습,

 

이 모두는 용기 없는 겁쟁이의 선택입니다.

 

용기는 낯선 것, 안 해 본 것, 어려운 것에 정면 승부를 거는 것입니다.

 

한가람고등학교는 학생이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갖춘 학교입니다. 3년 후 자신이 왜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과목을 선택했는지, 그래서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때, 입학사정관이나 면접관은 여러분에게서 큰 매력을 느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열정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며 가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한 달 동안 완수해야 하는 수행평가가 8개라며 힘들어하면서도 끝내 해내는 모습,

수시평가가 안스러워 횟수를 줄이겠다고 하니, 백명이 넘는 학생들이 그러면 한가람의 차별성은 뭐냐며 반대하는 모습,

구기 대회 때 결승까지 올라가는 학급은 하루에 경기를 4차례나 하게 되었는데도 기권이란 단어는 없다며, 끝까지 부상 투혼을 불사르는 모습,

학생회로 선출되더니 집이나 자기 몸 걱정하듯이 학교 걱정을 하는 모습,

졸업한지 7년도 넘은 학교에 대뜸 찾아와 후배들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겠다며 청춘 토크 콘서트를 이틀씩이나 자원봉사로 개최하는 모습,

 

저는 감히 참 행복한 교장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게는 사그라지는 열정을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항상 충전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열정은 어떻게 해서 생기는 것일까요?

 

먼저 긍정적인 생각에서 나옵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믿음, 사회 발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야 열정도 생기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꿈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은 자신이 이루고 싶어하는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집니다. 그런데 이런 꿈은 어떨까요? 무엇이 되고자 하는 꿈보다 무엇을 할까, 어떻게 할까 하는 꿈 말입니다. 미국 사람 고다드는 17살의 나이에 평생 이룰 인생의 목표로 127가지를 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를 모두 이루려 하기 보다는, 즉 목표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렇게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꿈이라는 것이 대부분, 높은 산, 큰 바다, 모험, 학습 등에 관한 것이었기에 그의 삶은 평생 도전과 성취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대학 입시라는 경쟁의 틀에 묶여 매우 힘들게 생활하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시기를 열정으로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매사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뿐 아니라, 도전하는 꿈까지 가진 사람을 그 누가 당해내겠습니까?

 

마지막 세번째는 배려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 겨울방학 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었습니다.

 

그동안 모른 척 하고, 입시를 핑계 삼아 유보해왔기에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학교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머리카락이나 모양이 아닌 머리 속을 보라는 교육감 말은 매우 의미 있다고 봅니다.

 

학생의 생각과 생활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진로를 설정해주고, 공부 방법 및 전략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일이 교사에겐 더 멋지고, 보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교사들이 진작 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학부모님 눈치 보랴, 사회 여론 살피랴 용기를 못 낸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인권조례는 내가 누릴 권리 못지않게 친구와 선후배, 선생님, 부모님의 권리에 대한 자각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점에서 교육의 계기로 삼을 수 있습니다. 내 권리의 보장이 다른 사람의 권리의 침해로 이어진다면 양보와 타협, 조정과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가람고의 장점 중 하나는 학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익명성이 많이 제거되어 있으며, 재직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생각 역시 나이만큼 젊다는 점입니다.

 

학교가 작기에 잘못된 행동은 신속하게 소문이 나며, 누군지 금방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전교생 모두가 오랫동안 기억합니다.

 

선생님 역시 교사의 권위를 앞세워 학생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지만, 잘못된 행동에 따른 책임은 엄격하게 묻습니다.

 

잘못을 하고도 숨을 익명의 다수가 없고, 적당히 넘어갈 선생님이 없는 학교이기에 학생인권조례가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한가람은 여러분을 존중해드리겠습니다. 부디 여러분도 여러분의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을 존중해주십시오.

 

입학을 축하드리며, 앞으로 3년 간의 고등학교 생활이 즐겁고 보람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