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3일, 자율형 사립고 첫 입학생의 원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당시 경쟁률은 남학생 8:1, 여학생 10:1을 기록하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곧이어 12월 9일 남학생 추첨과 10일 여학생 추첨이 이루어진 계단강의실은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물론 모든 자사고의 인기가 한가람처럼 높지는 않았는데, 일반고 시절부터 학생선택형 교육과정, 전과목 교과교실제, 반바지-T셔츠 교복 등으로 주목을 받아왔고, 입시 결과 역시 좋은 편이었던 것이 높은 경쟁률의 바탕을 이룬 것이다.

 

자사고 1기에 대한 교직원의 기대 역시 높은 경쟁률 못지않았다. 특히 유리한 교육과정 덕에 외고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그렇게 해서 도입된 것이 '학점제', '수시평가', '조기 졸업제' 등이었다. 이렇게 차별화된 제도로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를 잠시 꿈꾸었다.

 

'학점제'는 수업일수만 채우면 진급 및 졸업할 수 있는 '학년제'의 반대말로, 과목별로 80점을 넘어야 해당 과목의 학점을 인정하고, 일정 단위 이상의 학점을 이수해야 다음 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는 제도였다. 학점제를 적용하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지 못하는 ‘유급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만으로 유급자를 가리기보다 격주마다 '수시평가'를 봐서 그 수를 최소화하려고 했었다. 또 1,2학년 때 이수 단위수를 최대화하여 3학년 1학기만 마치면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하게 해서 9월부터는 외국 대학 진학도 가능하게끔 '조기졸업제'를 도입하였다.

 

이런 거창한 목표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장 한 학기를 마치자마자 유급자가 쏟아져 나왔다. 기준 점수도 높았지만, 자사고 입학생의 학력수준이 기대했던 만큼 높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런 유급자를 위해 계절 학기를 도입했지만, 3학년 2학기 유급자는 졸업 아닌 수료를 하는 만큼 대학 진학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였다.

 

수시평가는 난이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출제 범위가 좁은데다, 유급자를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겹친 것이다. 여기에 현재의 대입 내신체제가 상대평가인 점 때문에 상위 변별력은 확보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까지 벌어졌다.

 

1학년과 2학년 때 최대한 이수단위를 늘려서 3학년 1학기 만에 졸업을 시키는 것 역시 외국 대학 진학자가 많아야 도입이 가능한 것인데,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대학 진학자를 대입 직전에 졸업시켜 학교 밖으로 내보내는 것은 자칫 책임 방기로 보일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학교가 시도했기에 먼저 겪은 문제였지, 결코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상급기관은 학점제에 대해 사사건건 딴죽을 걸더니 2년 후 교육부가 학점제를 권장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른 척 했다. 그러나 교육부조차도 유급과 졸업 아닌 수료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에도 2월 입학, AA를 포함한 복수담임제 등등에 대한 간섭은 계속되었다.

 

결국 2011년 8월 현 교장의 취임과 함께 위의 모든 제도는 아쉬움과 함께 중단되고 유보되었다. 추첨에 의한 선발이 갖는 한계를 인정하고, 자율형 사립고의 목표를 제도의 차별화보다는 운영의 차별화에 맞추었다.

 

먼저 일반고 때부터 실시 중이었던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의 내실을 다졌다. 10명 정도의 소수가 선택한 과목일지라도 여력이 되면 개설하고 학생이 선택하고 싶은 과목을 더많이 만들었다. 일부 과목은 2년 이상 중복 개설하여 학생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과목을 공부’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실현하였다.

 

이미 선도적인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던 전과목 교과교실제는 총 6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설을 일신하였다. 교과존 및 교과별 랩실 체제 구축, 초단초점 빔프로젝터와 법랑칠판 등 기자재 확충 뿐 아니라, 학생 휴게 시설 조성에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였다. 특히 가고 싶은 도서실 조성과 저녁 8시까지 개방을 통해 학업의 지원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각 교과에서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더해져서 수준 높은 다양한 교내 대회가 개최되었고, 체육교과에서는 스포츠클럽의 활성화를 이루어내, 일부 종목은 전국대회에 서울 대표로 2연속 출전하기까지 하였다.

 

마지막으로 학교 구성원 간의 소통의 장을 확대하였다. 유명무실하던 학부모 대의원회를 상설화하였고, 학생회 공약 사업에 대한 지원 확대와 학생 대의원회 구성을 이끌어냈다. 학생 급식 모니터 위원을 뽑아 급식 메뉴 개선 및 학생 급식 만족도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상의 노력들이 빛을 발한 것은 2014년 자사고 5년 평가 및 재지정 과정에서였다. 새 교육감은 자사고의 입시위주 운영을 지양하길 요구했고, 자사고 본연의 학교 목표 구현을 강조하였다. 그 때 주목받은 것이 교육과정의 차별화였다. 한 학년 200여 가지가 넘는 시간표가 운영되고 있으며, 소수가 선택한 과목도 적극적으로 개설하는 학교의 노력이 인정을 받는 순간이었다. 2010년에 지정된 광역 자사고 중에는 1위의 성적으로 재지정 평가를 통과하였고, 학교 운영에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정치권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 학교라는 점에서 자사고의 앞길은 밝지 않다. 5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5년을 맞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이유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3배 등록금의 이유에 대해 제각각의 말을 한다. 등록금을 일반고의 3배를 받으니 선생님 월급도 일반고 선생님보다 3배가 아니냐는 것부터 3배 등록금을 냈으니 일반고 3배의 대접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래서 입학 설명회 때부터 입학 이후 3년 내내 비록 3배의 등록금을 내지만, 일반고와 예산 규모에서 차이가 없으며, 선생님 월급도 일반고와 똑같다는 말을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돌아온다.

 

그래서 찾아낸 답이, “등록금 3배는 평준화를 벗어나는 비용이며, 3배 등록금의 가장 큰 이유는 한가람의 학생 여러분이다. 여러분이 긍정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3배 등록금이 값어치를 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등록금만 비싼 학교를 다니는 꼴이 된다.”는 것이었다. 학점제, 수시평가, 조기졸업제처럼 차별화된 학교 제도를 갖출 수 없는 우리나라의 학교 교육에서 그나마 내놓을 수 있는 궁색하면서도 유일한 정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