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월부터 교육 분야 뉴스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주제는 자사고가 아닐까? 더욱이 2014년 진보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 자사고는 존재해서는 안 될 학교로 매도당하기까지 했고, 이 때문에 지난 1년간 서울 24개 자사고 교장 선생님들을 우리 학교 선생님보다 더 자주 만났던 것 같다. 여하튼 자사고에 대한 세간의 오해는 작년 교지에서 적극 해명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서울 광역 자사고 중 1위의 성적으로 자사고 재지정 절차를 통과했고, 2015 신입생 전형에서 남, 녀 각각 지원경쟁률 1위까지 기록했으니 한 숨 돌려서 우리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지난 118일 토요일, 오전 10시에 시작된 학교설명회를 끝내고 가을의 끝자락을 따라 강원도 영월로 급히 떠났다. 우리 학교 여학생들이 서울지역 대표로 전국 학교스포츠클럽 플라잉디스크 대회에 참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도착했을 때는 11패로 시합은 종료되었고, 골득실까지 따져 다음 날 열리는 결승 리그 진출이 좌절된 직후였다. 경기 현장에서 힘을 보태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학생들 볼 낯이 없었다. 항상 밝게 웃던 선수들도 분한지 편히 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저녁 식사, 그동안의 수고를 삼겹살 파티로 위로하는 중에 인솔교사로 경기를 지켜보셨던 최병재, 박영호 선생님께서 놀라운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랑 맞붙은 상대 학교 학생들은 코치 선생님의 고함소리와 불호령에 수동적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완벽한 경기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그동안 서울지역 대회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몸을 던지며 디스크를 받아내는 모습을 여러 번 연출했고, 그 바람에 온 몸에 멍든 학생들이 여럿이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협회 임원들도 학교 스포츠클럽의 전형을 보는 것 같다며 무척 대견스러워 했다고 하셨다. 시합 후에는 멀뚱멀뚱 서있는 상대 학교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상대 코치 선생님과 심판까지 찾아가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는 바람에 임원이나 심판들이 함께 사진 찍자는 등 인기가 대단했다는 거다.(물론 우리 학생들의 출중한 미모도 한 몫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해 패한 첫 팀과의 승부를 무척 아쉬워했고, 심지어 다음 날, 서울로 올라가지 말고 오후까지 남아 우승팀과 친선 시합이라도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저녁 식사 후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지난 봄, 여학생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학교 스포츠클럽 시합을 하던 모습부터 땡볕 속에서 이루어낸 서울지역 우승을 거쳐, 전국 대회 출전까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자사고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스포츠클럽 활동마저 입시를 위한 활동으로 깎아내릴지 모른다. 우리 학생들 중에도 입시 유불리라는 잣대에 크게 얽매여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열정적인 고등학교 시기를 오로지 입시의 틀 속에 가두는 삶만을 살 것인지, 아니면 도전을 즐기며, 용기를 기르고, 자신감을 키워 평생에 걸쳐 두고두고 쓸 힘과 추억을 얻을 경험을 쌓을지 고민하라 말하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견하고 멋진 우리 선수들의 모습에 위로를 받았는지 오랜 만에 푹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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