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고3은 흔히 수도승의 삶에 비유되곤 합니다. 대학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금욕과 정진의 생활이 성직자의 그것과 비슷해 보여서일 것입니다. 그런데 고3이라는 시기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공부에만 가두어 놓기에는 호기심과 지적 탐구력이 매우 왕성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서는 3학년 1학기에 한 명 또는 두 명이 팀을 이루어 연구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소논문 형식으로 발표하는 탐구 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거의 없는 고3이 이런 것도 하느냐 하겠지만, 가장 능력 있는 고3 시기이기에 가능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공부를 하다보면 늘 하게 되는 질문이 왜 하는가?’입니다. 공부를 하는 여러 가지 목적과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놓칠 수 없는 것이 과학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개념을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애정 섞인 가설을 세워 이를 검증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과학적 사고를 하는 사람과는 토론도 즐겁고, 생산적이며, 모두에게 유익한 결과를 안겨줍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대화는 도그마에 빠져 버리거나, 목소리만 커거나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려는 억지 때문에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으로 집단 지성을 키울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었지만, 검증되지 않은 온갖 억측과 교묘한 거짓들이 난무하는 세태 역시 불러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혼란이 최근에만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대중매체가 발달하지 못했던 일제 강점 시대, 이 땅의 적지 않은 지식인들은 일본의 지배가 최소 100년 이상은 갈 것이라 믿고 친일 대열에 섰습니다. 이러한 비극은 제국주의의 모순을 볼 수 있는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공부의 목적은 세상을 보는 지혜로운 눈을 갖게 해줍니다. 거듭 바쁜 고3 수험생활 와중에도 열심히 참여해주었을 뿐 아니라 보석 같은 연구를 해준 학생 모두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2014811

 

한가람고등학교장 백성호